부제 : 어느 리암말기환자의 투덜거림.

  오아시스 해체 후 1년만이다. 통 크게도 공식 홈페이지에 음원을 공개하면서.

  가슴을 두근거리며 압축을 풀고 파일을 재생하자마자 당황하긴 했다. <Songbird>보다는 당연히 나을 것이라 기대했고, <I'm outta time> 정도만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우다다다한 곡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피아노로 얻어맞은 것 같다"고 꽤 재치있는 논평을 내놓은 사람이 있던데 그 말이 딱 알맞다. "리암이 하고 싶은 걸 이 곡에 다 쏟아부은 것 같다"는 팬들도 상당수이지만, 부틀렉 파고 영상 찾아보는 것도 귀찮아서 오아시스 앨범만 죽어라 돌려 듣는 수박 겉핥기 팬(=나)의 입장에서야 예상 밖이다. 다른 거 다 제껴놓고 그냥 겁나 롹킹하구나, 하는 게 첫 감상. 그리고 어째 비틀즈를 좀 더 시끄럽게 만들어 놓은 것 같네, 하는 게 나중의 감상.

  솔직히 말해서, MG를 처음 들었을 때 온몸이 떨려오는 듯한 충격을 느꼈던 데 비하면 이번 선공개 클립은 그냥 그렇다. 영광의 첫 청취 때에는 당혹감이 앞섰다. 연거푸 들으니 신나긴 했다. 감동적이냐 하면, 글쎄,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냐 하면 나도 노엘이 쓴 곡들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리암(과 앤디와 겜과 크리스-_-;)의 새 밴드가 팬들에게까지 조롱당하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별로 안 좋다. 형한테 석고대죄하고 어서 재결합하라는 둥, 리암의 옆자리에는 꼭 노엘이 있어야 한다는 둥, 어쩌고저쩌고.

  Beady Eye는 노엘이 탈퇴한 오아시스의 멤버들이 이름만 바꿔서 만든 쩌리 밴드가 아니다. 그런데 왜 Beady Eye에서 오아시스의 흔적을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오아시스의 흔적을 찾고 싶다면 노엘의 솔로 앨범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리암의 보컬이 더해지지 않은 노엘만의 곡이겠지만, 적어도 분위기 정도는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오아시스 공연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좋아하기 시작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해체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가슴이 아려서 한동안 오아시스 노래를 못 들었다.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났을 때에는 제발 화해하고 재결합하라고 징징대긴 했지만, 따로 갈 길이 정해진 만큼 이제부터는 응원하겠다.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다. 리암 옆에는 노엘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빈정대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겨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쓰다 보니까 동방신기 해체 이후 개인팬들이 쓰는 글처럼 되어서 좀 당황스럽다-_-; 리암보다는 노엘을 더 높게 평가하거나 더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싸움 걸자고 쓰는 글도 아니고, 리암이 잘 되고 노엘은 망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난 리암 갤러거나 비디 아이의 팬이기 이전에 오아시스의 팬이다. 형제가 각자 갈 길을 가기로 결정한 이상 둘 다 잘 됐으면 좋겠다. 그냥 답답해서 썼다. 선공개된 곡 하나 가지고 밴드 자체, 앞으로의 전망이나 가능성 등이 평가절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얼른 싱글이나 나왔으면 싶다. 감질나서 더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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