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상쾌한 아침인사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황제 폐하의 영광 아래 모인 병사들이 오늘도 엄격한 표정을 하고 규리하성의 성문을 지나간다. 패배를 모르는 몸과 마음을 군복으로 감싸고. 바지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잘 닦은 투구가 덜그럭대지 않도록, 절도 있게 걷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점호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뛰어가는 등의 품위없는 병사 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아라짓 제국 제국군.
  아라짓력 1년에 비로소 체계화된 이 군대는, 원래 제2차 대확장 전쟁 당시 나가들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전통 있는 군대이다. 제국군 계급에 공짜는 없으니, 치천제 폐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능력껏 하전사에서 상장군까지 진급할 수 있는 유능한 군인들의 정원. 시대는 변하고 연호가 아라짓력 31년이 된 오늘날에도 군인들에게 체계적으로 살인 기술을 가르치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군대인 것이다.
  그─ 틸러 달비 부위도 그런 제국병 중 한 명이었다.

  "잠깐 기다려라."

  어느 월요일.
  도개교 끄트머리에 있는 넓은 길에서 누군가가 틸러를 불러세웠다. 하늘누리의 아래였으니까 순간 황제 폐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곱고 맑은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예'하고 대답하면서 몸 전체를 돌려 돌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장교로서 실격. 어디까지나 절도있게, 그리고 엄격하게. 조금이라도 상관들에게 걸맞는 예를 표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경례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틸러에게서 경례는 떨어지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제국군의 장교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냉동 당해버린 것뿐.

  "호…… 혹시 제게 하명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해동한 후 틸러는 무례를 무릅쓰고 물어보았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귀관. 틀림없다."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뇨 틀렸습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패닉 직전이었다. 그런 틸러의 사정 같은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살짝 미소를 띄우며 똑바로 틸러에게 다가왔다.
  직급이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염 한 올 없는 턱선은 어떤 면도칼을 쓰냐고 묻고 싶어질 정도로 매끈매끈. 전쟁을 막 치른 직후이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말쑥할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말고삐를 틸러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손을 틸러의 뒤통수 쪽으로 돌렸다.

  '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틸러는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투구가 비뚤어져 있군. 바르지 않다."
  "옛?"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틸러에게서 말고삐를 돌려받자 "그럼."이란 말만 남기고 먼저 말을 끌고 규리하성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틸러는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머리에 피가 몰려갔다.
  틀림없어.
  칼리도 백작 엘시 에더리. 참고로 아라짓 제국의 유일무이한 제국만병장.
  통칭 대장군.
  아아, 성함을 입에 담는 것만도 과분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전군의 흠모의 대상.

  '그런…….'

  부끄러움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틸러는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동경하는 대장군님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에피소드라니. 너무해.
  치천제님 심술쟁이.
  분함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하늘누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서 높은 하늘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이었다.

From. 피를 마시는 새(이영도),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콘노 오유키)



  '간만에' 미친 짓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면 몇 명이나 믿어줄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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