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하지 않은 일반 위 내시경 진행 과정.

  1. 전날 밤 10시부터 금식한다.
  2. 장 진정제 주사를 맞는다. 이 나이에 엉덩이 주사라니 손발이 오글오글하다.
  3. 희고 걸쭉한 겔포스맛 약을 먹는다. 가스가 나오지 않게 하는 약이라고 한다.
  4. 목 마취제를 먹는다. 몇 분 동안 목에 머금고 있다가 삼켜야 하는데, 막 뚜껑을 딴 사이다를 목에 머금은 것보다 세 배 정도 더 따갑고 아리다.
  5.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6. 떡실신한다.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가장 힘들 거예요. 참으세요." 그렇지만 꼬챙이가 목을 찔러대고 몸 속으로 파고들어가는데 멀쩡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전날 전화로 검사 예약을 할 때 "조금 답답하고 불편하긴 한데 금방 끝날 거예요. 걱정 마세요!"라고 얘기해 준 간호사 언니를 몹시 원망했다. 답답하고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힘들었다. 꺽꺽거리다가 침받이에 침 말고 위액을 토했다. 먹은 게 없어서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남의 오물을 수습해야 할 간호사 언니들 보기가 민망했다. 그나마 옆에서 의사 선생님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었던 게 위안이 되었다. 신촌 모 내과 병원처럼 환자를 다그치는 의사에게 검사를 받았다면 더 기분이 나쁠 뻔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역시 환자를 우쭈쭈해주는 친절한 의사가 있는 동네 병원이 최고다. 멍한 정신을 챙기다가 진료실로 들어갔다. "여기 노란 게 담즙인데, 이게 소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역류해서 위에 염증이 생기는 거예요. 궤양 같은 건 없고, 위 주름이나 위벽은 깨끗하네요." 그럼 내가 아까 토한 노란 건 위액이 아니라 담즙이었군. 나조차도 함부로 볼 수 없는 속살을 보려니까 기분이 몹시 희한했다. 분홍빛으로 번들거리는 내장. 위벽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약을 두 달 정도 먹어야 해요. 일단 일주일치 지어 드릴게요." 과식하지 말고 자극적인 거 먹지 말고. 정말 지겹다. 집에 오자마자 기진맥진해서 밥도 먹지 않고 쓰러져 잤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그냥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을 걸 그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