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30대 여교사 사건'(딴소리지만 이 어감 정말 구리다. 엄청 자극적인데다가 관음증적인 시선까지 듬뿍 녹아들어 있다. 유부녀_여교사_자택에서_제자와.avi 대충 이런 느낌이라 들을 때마다 불쾌해진다.)이 의외로 생각할 거리가 퍽 많다. 고민은 많이 했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번 사건에 기존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어 평가하기가 곤란하다는 것 정도이다. '정치적 올바름'과 '상식'의 유효기간이 짧게는 고작 몇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많은 상황에서 절대적인 가치라고 여겨지는 '도덕'은 꽤 허술한 도구이다.

  비난 여론의 다수가 이번 사건에서 교사를 가해자로, 남학생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들은 남학생이 나중에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으면 꽤 괴로워할 것이라 주장한다. 15세 남자 중학생에게 판단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보는 시각일수도 있다. 실제로 저연령 성폭행 피해 여성의 경우, 행위에서 오히려 쾌감을 느끼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왕왕 있는 듯하다. 물론 이 경우 피해 여성이 나이를 먹으면 자신이 당한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 더불어 자신이 그 상황을 즐겼다는 사실에 자괴감까지 느낀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남학생에게도 이런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까놓고 말하면 이 남학생은 남성들의 아주 오래된 성적 판타지를 실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남자 나이 15살이면 한창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나이이니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덮어놓고 애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 어쩌면 우쭐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남성의 성과 여성의 성은 다르다. 여성은 방어하는 성을, 남성은 정복하는 성을 배운다. 여성의 성경험은 여성의 상품가치(적절한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에 흠집을 내지만, 남성의 성경험은 남성의 가치를 높인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서는 남학생의 상대가 모두들 동경하는 선생님인 바에야 오죽할까.

  게다가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과 합의하게 관계를 갖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란다. 경찰도 두 사람을 불러다 조사한 결과 관계가 합의되었다고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한다. 사랑했건 안 했건간에 법적인 문제는 합의 여부에 달려 있으니 넘어가자.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사항은 두 가지 정도인데, 교사가 기혼자라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이 '선생과 제자' 관계라는 것. 비난 여론도 대충 이 두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 듯하다.

  의문이 남은 부분은,

  1. '합의'는 대등한 의견 교환을 전제로 할 텐데, 선생-제자라는 수직적인 관계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관계를 강요하지는 않았을까?
  2. 교사와 학생 간의 로맨스는 클리셰처럼 보일 정도로 흔히 보이는 패턴의 이야기인데, 여기에 잠자리 문제가 개입되면 더 이상 로맨틱한 이야기로만 남을 수 없는 걸까?
  3. 솜털도 안 벗겨졌을 중딩이 남자로 보이기는 할까? 몹시 저열한 의문이긴 한데, 동갑 이하(미만이 아님)는 남자로 안 보이는 나로서는 이게 정말로 궁금하다-_-; 교사를 성토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런 질문을 떠올리고 나서 곧장 '누나팬'과 '이모팬'들이 어린 남자 아이돌을 욕망하고 소비하는 사례가 생각나긴 했는데, 이걸 이번 사건과 연관시켜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4. 간통은 죄인가? -_-; 이 얘기를 하려면 포스트 한두 개를 끄적여서는 부족할 테니 일단 이 정도만 적는다. 간통이 범죄는 아니지만 배우자 간에 신의를 지키지 않았으니 이혼 사유는 될 거라는 식으로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런 간단하고 사소한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써 놓고 보니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머리 아프니까 이만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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