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까지 넉 달 조금 더 남았다. 돈도 모이지 않고, 그렇다고 공부가 잘 되는 것도 아니어서, 학교에 남아 있으면 이룬 게 없더라도 면피는 할 수 있는데 대체 왜 휴학을 했는가 고민했었다. 그냥 안식년이라고 생각하고 책만 열심히 읽으려 한다. 2년 동안 참 치열하게 살긴 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치열하게 산 덕분에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8년만에 답을 얻었다. 자신이 무엇을 정확히 원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에 비하면 행복하게 사는지도 모른다. 밥을 밥 먹듯 굶고 밤을 밥 먹듯 새우고 빈 속에 레모나와 커피를 때려부은 몸은 이제야 곳곳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며 나를 다그친다. 수면유도제, 혹은 감기약에 취해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노라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끼니 후에 한 알씩 꺼내먹는 위염약을 가지고 다니면서 종이봉지에 든 약을 먹을 때보다 편하다고 좋아했는데, 그렇게 좋아할 일이 아니리라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엄지손가락 크기만한 약병을 흔들고 있자면 정말로 병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남들은 생존하기 위해 운동할 필요를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느낀다던데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맥락 없음. 졸려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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