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전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정철
출판 : 리더스북 201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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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제목에 이끌려서 빌렸다가 몇 장 버티지 못하고 반납대에 놓았다. 인생을 관통하는 심오한(때때로 소박한) 지혜를 얻고 싶다면, 문장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필자들의 수필집을 몇 권 더 읽는 게 나으리라는 교훈을 얻었다.

  말이 <불법사전>이지, 몇 장 읽다 보면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나 <TV동화 행복한 세상>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뢰를 밟았을 때 으레 찾아들곤 하는 찜찜한 기분을 느끼면서 책장을 넘기다가, 가난을 불평 말고 받아들이라는 대목에서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 특히 자기 집이 없으면 월세를 내면서 남의 집에 살면 된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그냥 책장을 덮어 버렸다.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꾼다며 집을 비워 달라고 한 참이라 욱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 기간이 끝날 즈음, 혹은 그 전에도 전전긍긍하며, 내 집이되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최소한의 안락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가? 자녀의 독립이 미루어지고 섹스리스 부부가 생기는 이유가 뭔데.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없으면 없는대로, 불필요한 욕망을 소거하며 살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불법사전>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에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좀 더 투쟁적이고 격렬한 무엇인가를, 나를 옥죄는 답답한 세상을 걸레 짜듯 비틀기라도 해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그런 책을 원했는데, 고작 책에서 늘어놓은 말의 총합은 진부한 행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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