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은 꼭 안개처럼 느껴진다. 안개는 가볍고 불투명하며 해가 떠오르면 쉬이 사라진다. 일본 소설은 읽을 때에는 연신 모호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마지막장을 덮어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연애소설도, 심지어 공포소설도 그렇다. 그래도 이번에 읽은 책들은 좀 낫지 싶다. 그동안 읽었던 일본 소설들보다는 묵직한 맛이 있었다. 나같은 허영덩어리에게는 묵직한 책이 딱 맞다. 나중에 어디 가서 아는 척하며 으스댈 수 있으니까.(나머지 한 권 감상은 쓰다 보니까 자꾸 길어져서 죽겠다-_-; 추후 포스팅함.)

밤 11시의 산책
국내도서>소설
저자 : 구로 시로 / 오세웅역
출판 : 북애비뉴 2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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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는 <링>에 버금가는 수작 어쩌구 써 있는데, 암만 그래도 <링>을 뛰어넘을 공포소설은 없는 듯하다. 두 소설 모두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고 안도할 때 다시금 절망을 안겨준다는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소설 쪽이 충격이 덜하다. 대단한 기대를 하고 집은 책은 아니었고, 공포소설이라면 으레 그러한 만큼은 재미있었다. 1인칭 시점에서 평온한 일상이 어떻게 기괴하고 끔찍하게 바뀌는지를 그렸기 때문에 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치아키가 기행을 저지르는 원인을 찾고 뿌리를 뽑는 과정이 너무 싱겁게 지나가 버린 게 아쉽다.

일본호러걸작선
국내도서>소설
저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미야자와 겐지,유메노 큐사쿠,오카모토 기도(Kido Okamoto),나쓰메 소세키
출판 : 책세상 200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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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원의 미신을 뭍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고, 수험생의 초조함을 수험생 아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농담과 마찬가지로 공포에도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서워해야 하는지, 어디서 긴장해야 하는지, 기타 등등. 무서운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국산(?) 공포 소설을 읽어야 한다. 국내 장르 문학 시장이 떡잎조차 움트지 않은 상황인지라 수작을 찾기가 정말 힘들긴 하지만-_-; 아무튼 옛날 일본 기담집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그럭저럭 재미있는데 썩 무섭지는 않았다. 내기 때문에 폐가에 다녀오는 아이 어머니 이야기만 예전에 들었던 옛날 괴담과 비슷해서 조금 재미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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