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회에서는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나랏님을 족쳤다. 혜성이 나타나고, 월식이 일어나고,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는 것은 전부 나랏님 탓이었다. 하늘의 대행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니 징벌받아 마땅한 게다.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것이 (좋은 식으로든 나쁜 식으로든) 달라질 것처럼 여기는 태도는 고대인들의 그것과 뭐가 다른가 싶다. 박정희가 죽었을 때 안동에서 유생들이 올라와 머리를 풀고 통곡했다는 일화는, 아직 정치 의식이 채 여물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니 그렇다고 치자. 한 사람에 의한 20년 독재 정치는 현대 정치의 껍데기만 빌려 썼을 뿐 전제 왕권 시대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도 않았으니,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나라가 망할까봐 겁을 집어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이 신화 시대도 아니고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거지같은 정책을 내놓으면 투표로 심판해야지 하늘에서 별안간 떨어지는 날벼락을 기대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이제는 서울 하늘에 구멍 뚫린 듯 퍼붓는 집중호우도 이명박 탓이란다. 해저터널 뚫고 4대강 사업 강행하는 꼬락서니를 보신 조상님들이 노해서 이런단다.

  'MB만 탄핵시키면 나라 꼴이 제대로 돌아갈 거야.' 동의어는 'MB가 다 해 주실 거야'.

  개뿔.

  아, 그런데 청계천이랑 광화문광장 침수는 좀 까야 함. 바긔랑 다섯쨜 훈이 둘 다. 미관에만 신경쓰느라 배수 시설을 얼마나 거지같이 해 놨으면 인도에 물이 무릎까지 올라오냐고. 참나, 몇 년 안 살긴 했지만 서울 사대문 안쪽이 침수됐다는 말은 내 평생 처음 듣는다.


  

  Who kicked a hole in the sky so the heavens would cry ov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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