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다니세요?"
  "아닌데요."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취하죠?"
  "서울 사람인데요."

  "막내죠?"
  "아닌데요."

  "아, 장녀예요? 왠지 1남1녀일 것 같은데."
  "아닌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한빈이요."
  "이름이 여자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남자다우시네."
  "좀 그렇죠."
  "한빈씨 이름에서 '김'은 '흙'을 의미하는데, 한빈씨는 머리가 좋은데 노력을 안 하시는 것 같네요. 삼십 대 초중반에 돈을 많이 모을 것 같고 결혼을 일찍 하시면 안돼요. 깊게 사귀는 건 이십 대 중반 넘어서 하셔야 돼요. 어쩌구저쩌구 중얼중얼." (웃음을 참느라 헛기침을 심하게 해야 했다.)



  예수쟁이들 유형은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에 쫓아버리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데, 이번에는 대화가 어찌어찌 다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어, 종교인이었나?"하고 의심했다. 생전 처음 본 사람한테 호구조사하고 쓰잘데없는 잡담 늘어놓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어쩐지 '나는 네가 하는 얘기에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다'는 걸 강하게 어필했는데도 떨어져나가질 않더라니. 30분 가량을 허비하면서 그나마 얻은 수확은, 내가 종교인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게 생겼다는 반갑지 않은 사실을 재확인한 정도. 촌스럽고 만만하게 생겼다는 얘기를 돌려 돌려 하더라. 미쳤나 진짜.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고 빡센 구두 신으면 가까이 오지도 않는 주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