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징집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압도적인 반응은 불쌍한 남성의 희생에 맞추어지고, 남성의 특권에 대해 낮은 인지도를 나타냈던 것은 국가이익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진 성별화된 사회적 역할의 상식적인 개념화를 의미한다. 즉 성별과 정치적인 경향에 상환없이 남성의 자기희생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군대를 갔다 온 남성이나 군대에 있는 남성이 자신의 정치·사회·문화적 이해를 위하여 쓸 수 있는 무제한적인 근거가 한국 사회 속에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3. 민족국가와 전사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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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가산점 논쟁에서 남성적 연대감이 남녀 간의 성 구도로 발전된 것은 남성적 연대감의 가장 큰 바탕적 힘이 남자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면서 오는 연대감이기 때문이다. 군가산점 논쟁에서 남자들은 두 가지 논리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여자도 군대를 가 봐야 남자들 고생하는 것을 안다와 여자들에게 힘든 일은 안 시키는 남자들의 보호 심리를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논리는 거의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여자도 군대 가 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 징병을 진심으로 원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오히려 남성들이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에서 얼만큼 고생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논리이고, "가서 해 보면 너희가 할 수 없는 것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최근의 여론조사도 이런 분석을 지지하는데 여성은 56%가 여성 징병에 찬성하는 데 반하여 남성은 24.9%만이 찬성하고 있다. 여성들이 못 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남성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여자와 다를 뿐만 아니라 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로서의 정체성은 군대적 남성성에서 핵심을 이룬다.(6. 남성화된 전사적 연대감과 남성성)
  - 권인숙, 청년사, <대한민국은 군대다>

대한민국은 군대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권인숙
출판 : 청년사 200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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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징병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여자 일반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까이는 걸 보면 군대 문화의 물이 싹 빠지기 전까지는 페미니즘이 물 위로 떠오르는 일이 요원하리라는 우울한 확신이 든다.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라는 반쯤 명제화된 말은 사실 엄청나게 폭력적이다. 군대에 다녀오는 행위가 일종의 성인식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반쪽짜리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소위 말하는 공익이니 상근이니 하는 '현역이 아닌 모든' 병과(?)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 그 예이다.
  2.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들자면, 사실 "사회에 풋풋한 20대 초반의 꽃다운 아가씨들이 사라지면 세상이 우중충해지니까 여성 징병에는 반댈세!" 하는 말도 까려고 들면 얼마든지 깔 수 있다……. 쩜쩜.
  3. 어느 장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직업 군인들의 부인은 전시에 상시 동원할 수 있는 예비역으로 여겨진다는 대목을 읽었다. 꽃신을 꿈꾸며 헌신하는, 개중에는 헌신짝 신세가 되는 고무신들의 사례를 연구해도 재미있을텐데.
  4. 선배(♂)가 군대의 부조리함을 주제로 글을 썼다가 해병대 출신 선배에게 쌍욕을 먹었었다. 대충 "네가 뭔데 내 젊은 날의 2년을 부조리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느냐" 하는 게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 읽고 쓰는 포스트니까 밸리에 내보내는 게 맞겠지만, 무서우니까 보내지 않음. 진심으로 무섭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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