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죽은 동물의 시체 내지는 다 죽어가는 동물의 주변을 빙빙 돌며 탐욕스럽게 살코기를 노리는 대머리독수리같다. 척 보기에 연약해 보이는 사냥감을 노린다는 점에서. 그들이 노리는 사냥감은 세상물정 모르고 2월의 캠퍼스를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는 새내기, 막 깨어나기 시작한 초저녁 홍대 거리를 홀로 걷는 여자, 눈 밑에 다크서클을 주렁주렁 매달고 지쳐빠진 채 출근하는 고학생 등이다. 사람의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을 재빠르게 잡아내어 벌어진 마음 틈새로 스며들려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그들의 눈썰미, 끈기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탄복할 만하다. 그러나 사냥감을 좀 더 주의깊게 고르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만만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캠퍼스 내 각종 종교인들의 표적이 되는, 그래서 '성경 말씀'이나 '하나님 말씀' 따위의 헛소리에 넌더리를 내는 사람을 고른 건 실수였다. 그 사람이 간밤의 수면부족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면 더더욱. 집어치우라고 고함을 지른 건 당연한 처사였다. 예수쟁이들을 쫓아버리는 데 쓰는 단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언젠가는, 너희 같은 인간들이 득시글거릴 천국에는 가기 싫으니 꺼지라고 면전에다 쌍욕을 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전혀 기쁘지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앞으로도 그렇게 살 테니까. 사람을 감복시키기보다는 연약한 마음 귀퉁이에 파고들어 기생하며 시체 청소부처럼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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