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젯밤 학사지원팀 직원들은 연좌 농성을 벌였고, 학교측에서는 오늘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2. 본관 앞에서 학사지원팀 직원들이 농성을 한 지 백일이 지났다. 볼일이 있어 학교에 몇 번 왔을 때에도 천막을 지나치며 묘한 죄책감에 휩싸였던 적은 많지만, 본관을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출근하면서 매일 농성 현장을 맞닥뜨리다 보니 죄책감이 날이 갈수록 짙어진다. 이른 등교를 하는 다른 학생들처럼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무심함을 가장하고 농성장을 지나친다. 사실 혼자 그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다. 학교를 쉬지 않았더라면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천막으로 달려갔을 테고, 어쩌면 이랜드 현장에서처럼 함께 밤을 새웠을지도 모르겠다고 의미없는 가정을 해 본다.

  3. HELP는 끔찍하다. 이런 과목이 전교생에게 강제된다는 게 끔찍하다. HELP를 통해 언필칭 '글로벌 기업'이라는 회사들의 사훈과 유명한 CEO들의 경영 지침을 배우는 학생들 중, 미래에 임금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신이 임금 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학교에서는 '글로벌 리더'가 될 것만을 종용하지 노동자의 권리는 가르치지 않는다. 하긴, 대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신분 상승의 도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나 또한 그런 열망을 가지고 고등학교 3년을 버티고 입시를 치렀다. 부정하지 않겠다.) 노동자의 권리 운운하는 수업이나 포럼은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외면당할 게 뻔하다.

  4. 2008년 이후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한총련 잔당(?)들도, '교내의 정치 행위는 모두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 외의 철학은 찾아볼 수 없는 알량한 '비권' 총학생회도 마음에 안 들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그래도 전자는 학사지원팀 직원들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보이고 그들을 도울 줄도 안다. 학교의 이명박식 실용주의를 완벽하게 체화한 듯 구는 비권 학생회와 입장을 같이하는 학생들이 학내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우울하다. 빨갱이가 살기 힘든 학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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