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 실린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 장인이 쓴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 때문에 거의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의사가 나온다. 대머리였던 장인이 어느 날부터인가 가발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 품이 꼭 원래 대머리가 아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주변 사람들도 거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 의사만 가발이 신경쓰여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의사가 가슴 속에 꿈틀대는 웃기지도 않는 욕망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장인이 낮잠을 자는 틈을 타서 가발을 벗겼다 씌우면 된다. 그런데 난 그럴 수도 없다. 잘게 찢어진 계약서는 도로 붙일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난 오늘도 복합기 옆에 있는 파쇄기가 종이를 맛있게 씹어먹는 소리를 들으며, 내 옆에 쌓인 계약서들을 파쇄기에 넣고 싶은 욕망을 꾹 참고 스캔을 계속한다. 빨리 주말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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