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진정관련 출석요구
  일시:06.11.10:30
  노동부서울ㅇㅇ지청 근로감독관 ㅇㅇㅇ

  점심 먹고 내 자리로 돌아와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문자가 와 있었다. 나 혼자 엿먹을 수는 없다고, 일한 만큼 돈도 안 주고 사람을 사기꾼 취급하는 회사도 같이 골탕먹이겠다면서 센 척 할 때는 언제고, 문자를 보고 나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서 주체가 안 됐다. 뭐, 덕분에 점심 먹고 나서 졸리진 않아서 다행스럽긴 하다. 홈페이지 민원 신청 내역을 확인해 보니, 사장과 나에게 출석 요구가 동시에 간 모양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돈을 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에 책임이 없다고 할까봐 걱정이다. 회사에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 내가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회사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된다. 블로그에서 누누이 이야기했듯, 3만 5천원 없다고 당장 굶어죽지는 않는다.(결코 3만 5천원씩이나 하는 돈을 우습게 여긴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노동부에 진정까지 넣는 귀찮은 짓거리를 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이었다-_-;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한 데 대한 복수. 벌금 몇십만원은 큰 돈이긴 하지만 회사 하나를 휘청거리게 할 만한 돈은 아니다. 벌금을 문다고 해서 사장이 아르바이트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인간적으로 나아지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사장을 몹시 짜증스럽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사정 청취 전에 고용주와 맞닥뜨린 사람들은 간혹 고용주와 말싸움을 하기도 한단다. 노동부 가기 전에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어야겠다. 말싸움하다가 분을 못 이기고 눈물이라도 떨군다면 사장이 날 엄청 깔볼 것이다. 그런 꼴은 절대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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