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일요일에 늦잠 자고 일어나자마자 들은 소식이 이 따위라니.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세상이 온통 자신을 적대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선거를 준비해야 했던 심 후보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난 짐작도 안 간다. 결국 사퇴했구나. 왜 이제서야 사퇴를 했냐는 둥, 부재자 투표에서 심상정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의 '사표'가 아깝다는 둥, 사퇴 후에도 심 후보에 대한 질책 여론이 이어지는 걸 보니 더 우울해졌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유시민이 당선되지 않으면 과연 어떤 말이 나올까? 국개론이 다시 고개를 쳐들까? 아니면 막판까지 단일화를 하지 않고 버틴 심상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질까? 어느 쪽이든 한숨 나오기는 마찬가지이고, 후자가 대세를 이룬다면 정말 절망적일 것이다. 자칭 노무현의 후계자입네 하는 치들과 유시민을 정말 싫어하는데, 좌파 정치와 진보신당과 심상정의 안위를 위해서는 유시민이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라야만 한다. 아이러니컬한 상황.

  사표론과 비판적 지지론은 최소 10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는 떡밥이다. 한나라당을 심판하려면 이번만큼은 너희가 양보해야만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왔다. 하지만 선거 전략 때문에 이익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집단과 연대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심상정 사퇴에 이어지는 일련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지방선거가 정권 심판의 도구로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일찍 단일화를 하는 게 더 나았으려나 싶다. 정치적 노선을 지키기 위해 마이 웨이를 고수하는 것과, 대중적 인지도와 인식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민주대연합'에 합류하는 것, 어느 쪽이 옳은 길이었을까? 우울하다. 결국 울어 버렸다. 서럽고 또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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