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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전 회사에서 일했던 7일치의 급여를 받아야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준 급여에서는 3만 5천원이 모자랐다. 딱 하루치의 급여이다. 시급은 5천원이었고, 하루에 7시간 일했으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직원 언니에게 물으니, 실수로 출근부에 13일의 내 출근 기록을 표시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이사는 자기가 13일에 새로 뽑을 알바생 이력서를 언니에게 줬고, 언니더러 지원자에게 전화하라고 시켰다고 우겼다. 내가 13일 오후 4시에 갑자기 해고 통보를 듣고 나자마자 언니와 다른 사람에게 "저 짤렸어요ㅋㅋㅋㅋㅋ"라고 하소연했던 대화 로그가 남아 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TM이모들이 그 날 하루종일 날 못 봤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연하지. 그 날부터 TM이모들은 오후 근무를 해서 날 볼 시간이 없었고, 난 갑자기 잘린 게 열받아서 인사도 안 하고 내 짐만 챙겨서 회사 나갔으니까.
  나는 몹시 빡쳐서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고, 엄마도 몹시 빡쳐서 사장에게 전화했다. 사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사장은 이사에게 확인해보라고 전화했다. 언니는 출근부를 잘못 올린 자기 잘못이라고 계속 자책하다가, 내가 13일에 작업한 DB파일을 찾아서 이사에게 보여주었다. 다행히 파일이 삭제되지 않고 컴퓨터에 남아 있었다. 돈 뜯어먹으려고 억지를 부리는 애한테 왜 휘둘리느냐고 난리를 치던 이사는 곧 잠잠해졌다. 내일 돈을 넣어 줄 테니 확인하라고 전하라고 했단다. 흥, 똥개 눈에는 똥만 보이는 법이지. 자기가 남 등쳐먹고 사니까 남들도 다 자길 등쳐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기만 천박하고 저열하게 살면 됐지, 왜 양심적으로 사는 나까지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걸까?
  애초에 내가 남 등쳐먹고 살 만한 인종이었으면 두 달 동안 미련하게 알바 두 탕 뛰면서 살지 않았다. 3만 5천원 없다고 당장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수업료 낸 셈치고 그냥 안 받을 수도 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 간판을 달고 영업하려면 이딴 식으로 나와선 안 된다. 거짓말하면서 갑자기 날 자를 때에도,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꼬투리를 잡아서 소리를 지를 때에도, 급여일을 훨씬 넘겨서 월급을 줄 때에도 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정당하게 일한 대가도 주지 않겠다는 건 무슨 강도같은 심보인지.
  이제 그 징글징글한 회사랑은 정말 끝이다. 그 쪽으로는 침도 안 뱉고, 잘 때 머리도 두지 않을 테다.
  몹시 스펙타클한 휴학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사회 생활을 정식으로 시작해도 뜯어먹히지 않을 자신이 '약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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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서 입을 여는 시간이 하루에 5분도 안 된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심심하고 외로웠던 모양이다. 간만에 말문이 트이니 들떠서 주체가 안 된다. 회화학원에서 실로 오랜만에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났다. 데이빗 보위를 좋아하고, 국카스텐을 좋아하고, 내가 추천해 준 검정치마 1집을 듣고는 검정치마도 좋아하기 시작했단다. 내 사고 방식과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스트레이트하게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은 오랜만에 본다. 쑥스럽긴 한데 기분은 좋다. 집 방향도 같아서 집에 오는 내내 버스에서 수다를 떨었다. 이야기가 딱 재미있어질 때 내릴 정거장이 되었다. 계속 얘기하고 싶었는데. 다음주에 수업 끝나고 같이 맥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친해지고 싶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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