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불러낼 만한 친구가 적기도 하지만, 약속 잡아서 누굴 만나는 걸 원체 귀찮아한다. 그래서 영화가 보고 싶을 땐 혼자 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쇼핑도 혼자 하고, 밥도 혼자 먹는다. 그리고 지산 락페에도 혼자 갈 예정이다. 와, 난 내가 혼자 노는 데 별로 유감이 없는데 이렇게 글로 써 놓으니까 엄청 불쌍해 보이는구나(..) 아무튼 남들이 혼자 하길 꺼리는 것들을 웬만하면 혼자 하는 편이다-_-; 뭘 이렇게 혼자 많이 하니. 게슈탈트 붕괴 현상 일어날 것 같다.

  이번에는 공연장에 혼자 가는 데 도전. 사실 예매는 반쯤 충동적으로 했다. 4월 23일에 했던 공연을 놓치고 징징 짜고 있는데, 카페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단독 공연을 한다길래 얼른 예매했다. 3일권 예매하는 페이지를 못 찾고 1일권을 예매하는 삽질을 자행했다(..) 멍청이ㅜㅜ

  공연 혼자 보는 것은 영화 혼자 보는 것과 비슷했다. 다만 영화관보다 공연장이 더 좁고 소란스럽기 때문에 전자 쪽이 좀 더 민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연 시작하기 전의 뻘쭘함만 잠깐 참으면,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무도 남들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게 싫으면 공연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면 된다. 사실 남들이 내가 뭘 하는지 신경쓴다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자의식 과잉이다-_-; 어제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서 앉았던 사람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공연장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어떤 가방을 가지고 왔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말랑말랑한 노래만 부르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내가 모르는 망각화를 공연장에서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보상받았다! 타부 때의 양주영의 모습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몇몇 곡에서는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앉아서 봤다. 내가 아는 노래라고는 달랑 <고래>에 실린 네 곡뿐이라 어떤 노래가 좋더라, 하는 감상은 못 쓰겠다. 엠피쓰리를 꺼내서 살짝 녹음했는데 제대로 안 됐다. 공연 끝나고 다시 들으려고 했는데 억울하다. 셋리스트를 알고 싶다.

  망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많이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정규 앨범을 내 줬으면 좋겠다. 음반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음원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홍대 공연장 말고도 다른 무대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빈다. 글쎄, 이런 바람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음악적으로 성공한다=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음악이 '잘 팔린다'>? 과연 올바른 등식일까?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음악과 대중에게 받는 사랑 사이의 괴리에 갈등하다가 결국 자살했다. 좀 극단적인 예인가. 뻘소리 작렬-_-;

  줄줄 적어 내려와 보니 공연 감상보다는 잡담이 더 많네-_-; 아, 게스트로 나왔던 모노리드도 괜찮았다. 망각화랑 공연을 여러 번 같이 했다고 한다. 모노리드는 그나마 앨범도 안 냈다. <12 Songs about you>에 삽입된 단 한 곡 빼고는 음원도 구할 수가 없다. 슬프구나.

  망각화 말고도 보석같은 밴드가 내가 모르는 곳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조바심이 난다. 다 들어 보고 죽을 수 있을까? 그 재미로 인디 음악을 듣는지도 모르겠다. 들어야 할 좋은 음악이 많다는 건 축복이다. 더불어 이 밴드를 전도(!)해야겠다는 맹렬한 사명감(!)을 느꼈다. 다음번에는 누구라도 끌고 가야지 후후.



  

  쌈넷에 올라온 밴드 프로필란에서 가져왔다. 어제 공연장 사진은 아니지만. 공연 사진을 구할 길이 없어 안타깝다. 내가 직접 찍어야 할 모양이다. 기타 치는 남자는 멋있다. 노래까지 잘 하면 몇 배로 더 멋있다. 아이고 주영님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