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미인
국내도서>소설
저자 : 히메노 가오루코 / 권남희역
출판 : 마음산책 200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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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미인'이라는 말에서는 묘한 적대감이 느껴진다. 아무리 미인이라 해도 자연스럽지 않으면, 혹은 '날것이 아니면' 어디 진짜이겠느냐는 비아냥이 한가득 들어 있다. 그나마 성형이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성형미인을 보는 시선은 한국보다 훨씬 차갑다고 한다.(화장한 얼굴이 예쁘면 쌩얼이 얼마나 파격적이든간에 용인된다는 점은 한국과 정반대이지만.) 아무튼 몹시 정직한 제목으로, 작가가 무엇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는지 얼추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여성 주인공 개인이 어떻게 파멸하는지를 다룬 일전의 각종 텍스트들과 달리, 색다른 장치를 써서 성형 욕구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려 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책에서는 여성이 성형을 욕망하는 이유가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성형수술로 환골탈태한 작중의 여주인공 두 명을 실재할 만한 인간형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비판을 위해 세태를 물화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편이 좋겠다. 가이코는 '동경대 치대 출신의 잘 나가는 남자'를 만나 결혼으로 인생을 바꾸어 보려는 여자고, 그래서 남자들의 마음에 들도록 외모를 뜯어고친다. 이 부분이 흥미로운데, 그녀는 흔히들 생각하는 서구형의 이상적인 외모로 수술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성형 전의 가이코는 그림으로 그려 놓은 듯한 서구형의 미인이다. 그 비현실적인 미모 때문에 남자들이 감히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가이코는 자신의 외모가 추하다고 연신 자학한다. 성형 전의 아베코는 가이코의 이상형으로서, 요약하면 '별로 수술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의사와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 때문에 얼굴 전체를 뜯어고치는' 인물이다. 원하는 바가 뚜렷한 가이코에 비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성형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결국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다. 가이코가 상징하는 바는 결국 미의 기준이 남성적 시선에 맞추어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여자가 자신을 꾸미는 이유는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다' 운운하는 주장에 반박하는 여성들이 드는 근거 중 하나가 '자기만족'인데, 가이코는 남자를 낚기 위해 수술을 한다고 당당히 공언함으로써 여성들의 주장을 정면에서 분쇄하는 셈이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남성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기는 듯한 폭력적인 언사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선정적인 제목에 이끌려서 집었는데, 당시에 같이 읽던 여성주의 서적들의 시각과 맞물려서 생각보다 즐겁게 읽었다. 독특한 설정에 비하면, 성형을 후회하는 아베코의 시선을 빌어 급하게 마무리된 교과서적 결말은 아쉬웠다.

  흔히 여성은 '보는 주체'가 아니라 '보여지는 대상'으로 간주된다. 사회는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지에 몰두할 뿐, 여성이 자기 몸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여성은 남성의 눈으로 자신의 몸을 만든다. 물론, 요즘 세상에 다이어트나 화장 등 외모 관리를,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촌스럽게 말하는 여성은 거의 없다. 대개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고 말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나 그 '바람직한 자기 이미지'는 미디어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남성은 여성만큼 '자기 만족을 위해' 다이어트와 외모 관리에 몰두하지 않는다.

  - 정희진, 교양인, <페미니즘의 도전>

  (내 말이 없으니까 남의 말을 빌려다 적는구나. 아, 정말 비루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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