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지 않는 말 중 하나가 '개념있다'이다. 한 사람을 자기 멋대로 정의하는 어휘 중에서는 최악이다. 남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시의적절하게 하는 사람만이 '개념인' 훈장을 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말이 이성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얼마나 받아들여질 가치가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괴짜 취급을 받는다. 예를 들어 남녀 모두 군대에 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미친놈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여자도 군대에 가는 것이 공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호응을 얻는다. 후자의 주장을 여성이 했을 경우 '개념녀'라는 칭송을 듣는다.

  개념있다는 말은 보통 여성을 범주화할 때 자주 쓰인다. "같은 여자지만~"으로 시작하는 말로 같은 여자들을 깎아내리고 남성 권력에 편입하려는 여자마초들이 '개념녀' 소리를 듣는 건 우습다. 멍청하게도, 그리고 슬프게도, 여자마초들은 자신들이 끝끝내 주류 남성의 기득권 세력에 편입되지 못할 것임을, 그저 남성의 이기심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고 버려질 것임을 알지 못한다. '개념녀'라는 호칭의 달콤함에 취해 정말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개념있다'는 수사는 많은 경우 사회의 보수성을 공고히 할뿐만 아니라 모난 돌에 대한 효과적인 억압 기제로도 작용한다. 난 개념있다는 말이 싫다. 난 한 번도 개념있고 싶었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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